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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사랑에 관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오이 한 개를 섭취한다, 

밭에서 수확한 오이 껍질을 절반 쯤 깎아서 먹으라고 한 아내의 당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곧 화분대로 가서 어린 화초들과 눈을 맞추고 물을 뿌려주는 일로 오늘을 시작한다.

이윽고 오늘의 많은 시간이 천천히 넘기는 책갈피에서 흐를 것이다.

 

책장에서 손길을 기다린 듯 누렇게 변색된 책

-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의 작은 활자들을 돋보기에 촘촘히 당겨서 다시 읽는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런 사소한 일상의 행위들은 모두 사랑과 연결된 구체적인 행위이다.

나는 내 건강식을 위한 한 방편으로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의 시시콜콜한 당부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自己愛와 夫婦愛 그리고 自然愛가 이 행위의 밑바탕이 흐르는 정신적 가치이다.

 

 

 

 

 

사랑의 출발점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과 타인, 외부 세계가 아직 분화되지 못하고 어머니의 유방을 움켜쥔 유아는 自己愛 그 자체다.

그러나 서서히 가족, 친구, 이웃,향토, 민족, 인류에로 인간관계가 확대되고 인간관계의 질이 변화되며

한층 차원 높은 희생과 헌신을 동반하는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

 

사랑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우호적인 감정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나비의 현란한 날개, 화려한 꽃, 소나타 선율, 뻐꾸기의 울음 등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사랑은

한걸음 더욱 나아가야 진정한 의미의 사랑에 이르리라.

 

 

 

 

근대사회인들의 집단적 성격 구조를 형성하는데는

종교개혁가인 루터와 칼빈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들은 이기적인 사랑을 自己愛와 동일시했다.

그들은 남을 사랑하는 것은 미덕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죄악이여

타인애와 자기애는 상호배타적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사랑은 본래 어떤 대상에 의해 그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마음이다.

증오가 파괴를 바라는 욕망이라면 사랑은 어떤 대상을 긍정하는 정열적인 욕구다.

갓난 아기를 보듬고 어르며 사람들에게는 천사의 눈, 천진의 순수가 빛난다.

아프리카의 시바이처 이태석 신부는 미개의 땅, 버려진 대륙에서 소외 받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불꽃이요, 빛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微小한 들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에게도 눈을 돌리고

생명체에 대한 본질적 평등애가 전제된 보살핌은

인간에게로만 향하는 좁은 의미의 사랑이 자연에로 확대된 사랑이다.

 

사랑은 그 대상을 성장 시키고 자유롭게 하고 행복에 이르게 하는 좋은 감정이다.

그렇다고 사랑이 늘 달콤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다.

때론 사랑으로 포장된 집착일 수도 있으니....... 안타까워라.

 

 

 

 

 

부모의, 생명을 넘어선 희생적 사랑에도, 연인의 불타는 사랑에도,

가와 민족을 위한 투사의 大我的 사랑에도,

모든 생명체로 확대된 자비에도 자칫하면 빗나갈 수 있으니

사랑의 이면에 드리운 이기적인 사랑, 배타적인 사랑,

강요된 사랑, 병적인 집착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는 오로지 너만을 사랑해. 나의 유일한 사랑이여! 로 상징되는

젊은이들의 로맨틱한 배타적 사랑은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강요된 모성애가 빚어내는 반사회적 행위나 범죄의 밑바탕에 드리운

어두운 사랑의 그림자들을 보며 나는 넋두리를 읊어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

탐욕은 인간성 안에 파놓은 한없이 깊은 함정,

채워지지 않을 욕망의 장독에 드리운 불안과 공포여!

결국 자기애는 자기 혐오, 자기 부정이로구나.

탐욕이 설치한 나르시시즘의 덫이여.

자기 도취와 환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

 

 

 

 

 

자. 우리 이제는 참된 사랑을 해야 할 때

나부터, 지금부터, 바로 여기에서.....

사소한 일상, 쉬운 일부터 실천해야 할 때

자신의 참된 자아에 눈을 뜨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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