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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물호스로 수평을 잡다

 

 

뒷간에 허드레 창고를 짓기 위해 벽돌로 줄기초를 한다.

양쪽 끝에 물을 채운 호스를 걸어놓고 땅의 수평을 잡는다.

 

 

 

 

우리 눈은 완전한 감관이 아니다.

제 아무리 적확한 눈을 가졌다고 해도 높이가 다른 두 지점의 수평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다.

물은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완벽하게 찾아낸다.

 

 

 

 

 

지표상의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아지기 위해 흐르는 것이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위치는 0m로 해수면의 높이다.

 

따로 분리된 연못이나 용기에 담긴 물은 항상 수평을 유지한다.

높고 낮음, 고귀함과 천박함, 아름다움과 추함의 상대적 차이가 없이

완벽하게 섞인다. 물의 지극한 평등이다.

 

물은 자아와 타아의 구별이 없다.

그러므로 잘난 체 하지도 않고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 섞여 완전한 한 몸을 이룬다.

항상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위치에서 정좌하기 때문에 서로 한 몸의 공동체가 된다.

이것이 물이 전하는 진리의 가르침이요 한마디로 지극한 도().

 

 

 

 

 

 

아기를 사랑하는 엄마가 도심의 거리를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도심의 휘황찬란한 야경은 어른들의 엉덩이에 가려 아이는 괴로울 수 있다.

키가 작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은 물의 지혜에서 배운 것이다.

눈높이 교육이란 말이 히트를 하지만 진정한 눈높이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나는 한 때 두레 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며 구체적 구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의 장벽으로 결국은 돈키호테식 발상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물은 금방 공동체를 이룬다.

 

천지는 백두산에서 이룬 물의 공동체다.

물 한사발에서 태평양에 이르기 까지,

온갖 비탈진 땅, 불평등한 조건 위에서도 물은 서로 수평을 이룬다.

지극히 화평하다. 

 

물을 채운 호스에 도가 충만해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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