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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우산나물 자치구

 

봄의 화단은 임신부(姙娠婦)가 출산하는 중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땅을 살피며 살금살금 발을 떼어놓는다.

하얀 부드러운 솜털을 둘러쓴 우산나물 새 순이 머리를 치밀고 올라오는 중이다.

 

이 희열감은 우산나물의 일생 가운데서도 가장 감격적인 순간이다.

매년 반복되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지만 찬탄을 금할 수 없는 탄생의 기쁨이다.

 

 

 

 

 

여기저기를 살피니 땅이 약간 봉긋 솟아난 곳마다

새 순이 정수리가 양기를 내뿜으며 솟구친다.

누군가는 저 새 순의 양기에 접붙고 싶다고 하더니....

 

 

 

처음에는 몇 뿌리를 옮겨다 심은 것인데 해가 갈수록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작년에 비해 두 배 정도는 확장되었으니 놀랍다.

아마도 용감한 전위대 군사들의 고군분투(孤軍奮鬪)

거센 바람을 타고 신천지를 개척했을 것이다.

기존의 세력들과의 사활을 건 치열한 생존 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 곳을 우산나물 자치구라며

강성한 세력 확장에 경의를 표하며

한편으로는 신비감에 젖어든다.

 

 

 

 

 

 

이럴 때는 금기줄을 둘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삽짝에 왼새끼줄을 꼬아 숯이며 고추며 솔가지를 걸어두고

악귀 범접 물리치라고 삼신할미께 빌던 것처럼.

 

눈으로는 조심스레 살피고 발걸음을 지극히 근신하여

이 소왕국의 번성에 일조해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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