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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금낭화와의 밀애

 

금낭화는 숱한 비단 주머니들을 마치 등불처럼 켜들고

한 시절을 뜨겁게 풍미하는 여인이다.

 

역시 양귀비의 피를 이어받은 꽃이라 현란하고 요염하다.

그러나 까탈스럽지 않아 어다서도 쉽게 정착하여

갑남을녀들을 유혹한다.

 

 

 

 

금낭화는 흥부네 식구들처럼 다산(多産) 가정이다.

주체할 수 없는 다산의 기운으로 숱한 꽃을 매단 잔가지는 늘 만삭(滿朔)이다.

지난 겨울에는 지상에 형체도 없더니 호시절을 맞아 절정을 누린다.

 

사랑의 심벌 마크는 금낭화에게 특허권이 있다.

꽃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탄성이 터진다.

 

단조롭던 꽃 모양이 며칠 새에 농익은 아름다움으로 변해간다.

연분홍 복주머니가 저고리처럼 열리며 사뿐히 들어 올린 소매는 관능적이다.

비단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감로수로 밥 한 알 지었구나.

 

 

 

 

나는 밤이 이슥해지기를 기다려 뜰로 나간다.

밝은 불빛으로 이슬에 젖은 입술과 열린 저고리를 엿보며

밀애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