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를 꺾는 산행길,
굽은 소나무 아래에서
급비탈을 오르다 거칠어진 숨을 가라 앉힌다.
산은 적나라하게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새 가지를 위해 스스로 툭툭 부러진 바싹 마른 솔가지와
멋돼지가 헤집어 놓은 솔가리 더미들이 헝클어진 채 어수선하다.
지난 겨울의 황량한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부서지고
허여멀쑥히 자란 소나무들의 거친 한숨이 들린다.
저 소나무는 앉은뱅이로 살았던 시절이 짧지 않구나.
험난한 삶의 여정을 견디고 이겨낸 소나무를 쓰다듬는다.
하루 종일 온 산을 누비면서 가시에 긁히고 비탈에 구르면서
따 모은 생고사리가 야속하게 줄어드는 건고사리를 얻기 위해
가난하던 시절, 길없는 길 위의 치열한 삶을 생각한다.
그러나 음풍농월하는 나는 산의 깊은 속내를 모른다.
지난 겨울의 보릿고개를 넘으려 나발대로 땅을 헤집던 멧돼지처럼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남애 양지 거친 산을 땀으로 누비던 이들은 알 것이다.
산은 늘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니란 것을
산은 켜켜이 쌓인 인고의 봉우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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