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쑤욱 내밀고 허리를 뒤로 젖히고 관모를 삐닥하게 쓴
저 충천하는 기세, 험상궂고 거만한 표정, 감히 접근조차 어려운 위엄과 도도한 기상
조선도깨비 왕초가 가리월에 나타났당게요..
어디서 굴러 먹었는지, 누구한테서 빼앗은 여자인지 모르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현란한 요술로 장난을 치며 뒤로도 호박씨를 까는
천년 묵은 여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왕초 곁에서 다소곳하지 않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냐고
요새 세상에 웬 도깨비가 사느냐고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시오.
어떤 이는 천원 밑천으로 십억을 벌었단 소리 못 들었소?
어떤 이는 방망이질 한 가지만 잘 한다고 수십억을 버는기라요.
그게 필시 도깨비짓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랑께요.
사람들은 잘 모른당께요.
도깨비가 어찌나 활개를 치고 사는 줄을......
도깨비가 얼마나 변신술에 능한지를.......
이제 조선 도깨비 왕초가
가장 효험이 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휙휙 휘두르며
천년묵은 여우가 온갖 요술을 부리면
이 집에 온갖 서기(瑞氣)가 구름처럼 모여든단 말이오.
두고 보시오.
껄껄껄
'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솟대 - 상승 (0) | 2015.05.18 |
---|---|
솟대 - 사랑이 별거던가요 (0) | 2015.05.17 |
달팽이관을 쓴 부다 (0) | 2015.02.08 |
접이식 나무 베개 (0) | 2015.02.05 |
우리 마을 파수꾼 (0) | 201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