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스러운 샛노란 감국이 10월의 마지막 뜰을 물들인다.
이 만추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구나.
이 향기로운 계절에 서 있는 나는 복되구나.
조석으로 차가운 기운이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산중에서도
감국은 꿋꿋한 자태를 잃지 않고 그 향기는 변하지 않는다.
오상고절(傲霜孤節)의 기상이 과연 군자의 풍모를 갖추는구나.
지난 봄부터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돌더미를 추려내고
어린 모종들을 많이 심었는데 그런 땀은 조금도 헛되지 않았구나.
밤낮으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던 소망이 이루어지는구나.
그러나 꽃은 벌써부터 피어 있었지만 정작 반겨줄 이가 없었다.
불꺼진 창, 빈뜰에도 국향은 바람에 흩날리며 가을이 깊었구나.
2주 만에 온 집이 마치 별장에 온 듯하다.
감국의 꽃 송이를 따며 감국향을 훔쳐낸다.
꽃망울과 만개한 꽃잎을 손가락 사이로 훑어내자
벌들이 낙원의 평화를 깨트린 침입자들에게 위협 비행을 한다.
소쿠리에 한가득 향기가 넘친다.
그늘에 말려 국화가 모두 지고 없어도 그 향기를 오래도록 소유하려는 것이다.
국화 꽃 앞에서 욕심이 가득하다.
국화 벼개를 만들까, 국화향 주머니를 만들까?
일부는 데쳐서 국화차로 만들까?
온 집안에, 내 빈 마음에 그 향기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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