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찾아온 집이 스산한 풍경 아래 핼쓱해진 표정이다.
앞산은 골골마다 만산홍엽으로 불타고
마지막 단풍놀이에 취한 대절 버스는 비틀거리며 고성방가를 한다.
호박 잎은 서리를 맞아 소금에 절인 생선처럼 시들었고
잔디는 부황 든 얼굴에 푸르던 생기를 잃고 서서히 몸을 눕힌다.
화살나무와 담쟁이 잎은 붉은 노을처럼 마지막 정념을 불태운다.
버리고 비우는 계절로 들어서는구나.
아직은 감나무가 잎은 죄다 떨구고 노오란 감들이 매달려 있다.
누군가가 남은 것들을 모두 거두어 가고 우듬지에 달린 몇 개만이 남겠구나.
겨울비가 몇 차례 내리며 가지 끝에 매달린 미련과 집착마저 떨구고 나면
이 뜰은 더욱 자유로워지겠구나.
간간이 된서리가 내려 마지막으로 남은 푸르럼마저 거두어 가면
이 뜰은 더욱 휑한 얼굴로 깊어지리라.
바림이 불겠지.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며 낙엽들을 우루루 몰고 다니면
햇살바른 곳에서 저희들끼리 엉겨붙은 채 마르고 부서질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겨울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거두어들인 수확물들을 쌓아두며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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