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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9월의 뜰에서 한적하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상투적으로 인지하거나 감각하는 경향이 있다.

덕유산은 높이가 00m이며 남한에서 몇 번째로 높은 산이고

몇 개의 도에 걸쳐 있는 산이라는 몇 가지 기준으로만 바라보고는

덕유산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꼭대기에 올라서 정복자의 쾌감을 누리고 그 경험을 소유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투적 접근이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뜰에 나간다.

늘 바라보는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싶다.

(zoom) 기능을 갖춘 카메라처럼,

스팟라이트 조명을 받은 배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오늘도 색다른 시선으로 낯설고 익숙하지 않게 바라보고 싶다.

상투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꽃들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일쑤일 것이다.

좀 더 근접해서 따뜻하고 정교한 눈으로 바라보면 경탄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뜰이 마르고 야위어가며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온기를 쬐며 무료한 노인처럼 몸을 움츠린다.

 

달개비는 밭에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자라는 흔해빠진 풀이라 수난을 당한다.

뽑아내도 그 뿌리에 조금 남아있는 흙으로 다시 부활하는 강인한 꽃이다.

그런데 그런 달개비가 제 마음껏 자라도록 달개비 자치구를 만들어 주니

활개를 치며 자유를 향유하더니 이리도 예쁘고 앙증스런 꽃을 피운다.

 

 

 

 

 

 

 

 

둥근잎큰꿩의비름을 작은 느티나무 아래 옮기고

거름으로 북돋우니 신명을 내며 꽃을 피운다.

제 온 몸으로 은하수 흐르는 하늘을 이고 서 있다.

별마다 붉은 등을 켠 채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중이다.

 

저 꽃의 무리 몇 덩이가 은하계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벌과 이름 모르는 벌레가 삼매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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