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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모래 조각작품을 감상하며 - 김길만 작가

 

경주 문화 엑스포장의 실크로드 축제장!

 

모래 조각에 열중하는 조각가와 작업하는 과정을 숨죽이며 바라본다.

축제장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흘낏 바라보고 지나치기 일쑤인데

늘 시간이 남는 나는 수학여행 온 모범생처럼 관심을 보이며 극성을 부린다.

 

모래는 입자들의 점성이 없어서 고형물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모래로 조각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의 반전이요, 상식을 뒤집는 도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이벤트는 색다른 재미와 눈요깃감으로 제 격이다.

 

젓가락과 물이 담긴 물통이 유일한 작업 도구일 뿐이다.

꽃잎 하나를 만들고 다듬는 작업에서

치열한 작가 정신과 섬세함과 요술처럼 피워내는 재능을 찾아낸다.

 

 

 

 

그에게 몇 마디의 말을 건네자 수줍은 듯 응답을 하는 그의 얼굴이 참으로 해맑다.

자신의 작업 과정을 30분 가량을 지켜보며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는 관람객이 대견스러웠으리라.

 

그런데 그가 그렇게 유명한 모래 조각가인줄을 알게 된 것은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알아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모래조작가의 1인자인 김길만 작가다.

놀랍게도 그의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당당하게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모래 조각계의 최고 명인이다.

 

경주에서 태어나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한 꿈을 우여곡절 끝에 모래조각 작가가 된 것이다.

아뿔싸! 그의 치열한 근성,  섬세한 작업은 한 우물을 파며 독자적인 길을 걸은 뚝심과

28년의 조련 끝에 얻어진 손놀림이었던 것이다.

 

 

 

 

얼음 조각이나 모래 조각은 작품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일회성이란 한계를 지닌다.

이런 점 때문에 이 분야도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용은 허공에 나부끼는 몸짓이 아닌가?

음악은 공중에 불어오는 바람과 무어가 다르단 말인가?

예술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 메시지를 표현하는 활동 그 자체이며 결과물일 것이다.

 

 

 

 

덤프 트럭으로 두 차의 분량 정도되는 모래로 만드는 두 작품은 ‘사막의 고독’과 ‘선덕여왕’이다.

실크로드의 험난한 여정을 통해 동서의 문화가 만나고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는

그 과정을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예술이란 어떤 메시지요, 소통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나는  노랫말 하나를 지으며 흥얼 거린다.

 

바닷가 백사장 모래톱에 쓴 그리운 이름

사춘기 소년처럼 첫 고백에 얼굴 붉힐 때

속절 없는 파도가 밀려와 지우고 마는

그 짧은 순간의 진실은 아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