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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33간당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일본여행기 1)

 

지난 여름의 일본 자유 여행을 추억하며 마음이 가는대로 여행기를 단편적으로 남기려고 한다.

나의 두 번째 일본 여행은 교토의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아내와 재환과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이었다.

2015년 8월 3일 - 8월 8일 우리는 일본 문화를 배우고 감상하는 부지런한 여행자가 되었었다.

 

아직 1년 반이 남았지만 아내가 퇴직하는 기념 여행이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출발하기 몇 달 전부터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권을 읽으며

여행자의 안목을 키우며 정보를 얻는다.

 

'아는만큼 보인다.' 전문화재청장의 명언이다.

 

 

(33간당)

 

 

청수사, 금각사와 함께 33간당이 교토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33간당을 관람한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과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고백이다.

건물의 엄청난 규모와 1천구의 천수관음상이 도열한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보살상 1천구가 도열한 모습을 마치 사열하는 듯한 체험은 색다르다.

 

 

 

  (천수관음상)

 

 

33간당의 정식 명칭은 연화왕원인데 연화왕이란 천수관음의 별칭이다.

33간당은 건물 전체 길이가 118m에 달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가 33간이라서 붙은 별칭이다.

천수관음상은 등신대(사람의 크기와 동일한 165-168cm)이고 얼굴은 11, 팔은 40개인데

손마다 물건을 들고 눈을 감은 채 합장한 모습이다.

 

 

33간당 정중앙에는 본존불인 장육관음상이 좌정하고 있고 관음상 앞에는 28부 중상이 있다.

중상이란 관음상을 수호하는 신상이다.

 

본존 뒤쪽에는 풍신과 뇌신이라는 민간 신앙의 귀신이 모셔져 있다.

토착 신앙과 불교가 결합된 일본 불교의 습합((濕合)성을 잘 보여준다.

저 우람하고 다이나믹한 풍신과 뇌신의 근육을 보고 우리의 인왕상을 떠올리며 비교하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풍신과 뇌신에 눈길을 오래 두고 있었다.

역시 가마쿠라 시대의 조각품답게 무인들의 파워풀한 동작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저 근육들 좀 봐. 저 자유로운 동작들 무서운 형상들 좀 봐 "

내 안에서 들려오는 욕구의 준동을 어쩔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일본 귀신 소품을 조각도로 깎아본 일도 소중한 체험이 되는 것인지.......

 

 

 

  (본존불인 장육관음상)

 

10열 횡대로 도열한 관음상 앞으로 천천히 걸으며 장엄한 세계를 체험한다.

한여름의 열기가 후끈후끈하지만 평생에 몇 번 체험하기 어려운 순간이라며

이국의 문화를 경이로움과 호기심으로 대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거대한 불사를 펼친 것일까? 이런 의문은 여행자의 기본이리라.

33간당은 고시라카 상황이 기요모리에게 명하여 완공하였다.

그는 출가하여 법명을 행진이라고 한 법황이었다.

이런 거대한 불사의 이면에는 불교에 대한 광적인 신봉과 왕권의 강화

그리고 개인적 위세를 펼치려는 야망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헤이안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가마쿠라 시대로 접어든지 60년이 지난

1249년에 연화왕원은 화마의 참화를 당하게 된다.

 

당시에 스님들이 불길을 뚫고 구출한 것은 천수관음상 156구와 28부 중상

그리고 본존불의 머리와 손 일부만 잘라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왼쪽이 바람주머니를 어깨에 지고 있는 풍신, 오른쪽이 8개의 북을 돌리고 있는 뇌신이다)

 

그러나 2년 뒤에 원래의 규모대로 복원공사에 들어가 1266년에 낙성된 것이

오늘 내 눈으로 보는 33간당이라고 한다.

33간당을 보존하기위해서는 수리의 역사가 있다고 한다.

현재도 33간당 한쪽에는 수리소가 있어서 상시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관광 수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자금이 수리를 지원하는 경비가 된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가꾸는 자세와 공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끝없이 배우고 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아! 존경스럽고 부럽다 일본인들. 털썩 무릎을 꿇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