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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산젠인의 이끼정원과 지장보살의 미소(일본여행기 2)

 

오하라 일대는 교잔(魚山)이라고 불리우며 불교 음악의 하나인

천태성명(天台聲明, 범패의 일종)의 수련 장소로 손꼽혀왔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산젠인(三千院)을 방문한다.

 

온천 료콴에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이다.

절을 찾아가는 길가에 기념품 가게들과 먹거리 가게가 흥미롭다.

아! 송문이라 이름지은 어느 식당 앞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저 정성과  공력 앞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산젠인가는 길의 소나무가 만든 문

 

 

 

 

 

 

 

절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우리가 늘 보았던 일반 사찰과는 사뭇 다르다.

높은 담장에 소박하고 무언가 감추인듯한 풍경에 호기심이 더욱 발동한다.

실내 구조 역시 매우 독특한데 약간 어두침침하고 고요하고 정갈하다.

실내화를 싸서 들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디디며 밀교 사원의 베일을 들추어본다 .

 

 

 

 

 

이 절은 천태종의 밀교 사원인데 몬제키 사찰이라고도 불린다.

몬제키 사찰이란 왕족들이 주지를 맡았던 사찰인데 이 절을 창건한 스님은 사이초(最澄, 767-822) 스님이라고 한다.

사이초 스님은 천황의 칙명에 의해 중국으로 건너가 천태종의 불법을 배우고 귀국하여

히에이산(比叡山)의 정상에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인 엔랴쿠지(涎曆寺) 절을 창건하였다.

 

 

 

 

사찰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일반 사찰과는 달리 소박하고 한적하며 비장의 보물이 있는 듯 하다.

 객전에는 근대초기 교토 화단을 대표하였던 일본 화가들이 그린 장지 그림과 고문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엔유보에서는 설법을 듣거나 희망자에 따라서는 사경(寫경: 불경 베끼기)도 해볼 수 있다.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신덴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은 에신(惠心) 스님이 만들어 모신 불상이다.

천왕이 행차할 때 머물던 방은 니지노마(虹之間)라고 불리우며

이 곳에 장식된 그림은 시모무라간잔(下村觀山)이 그린 것이다.

신덴에서는 또한 역대 주지나 그외 관련있는 사람들을 위한 천도 법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객전에 들어가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의 관람순서를 따라 걸어가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정원이 나온다.

작은 공간에 섬처럼 정원을 꾸며 놓은 일본인들의 미의식의 단면을 본다.

작고 사소한 것에 집중하여 온 정성을 쏟아내는 치열한 미의식에 감탄한다. 

 

이끼가 마치 융단처럼 아름다우며 정교하며 정갈하다.

산젠인을 다녀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녹음이 우거진 이끼 정원과

그 정원의 작은 돌부처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삼나무 우듬지가 하늘 높이 솟구쳐 이 절을 보호하려 했던 것인지,

녹음으로 감싸서 이끼 정원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인지.......

단풍나무며 노송나무 등이 우거진 삼림 풍경은 아늑하고 적요하다.

 

많은 절집들이 웅장하고 엄숙하여 찾는 일들이 분이기에 압도 당하기도 하건만

이 절은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도 수줍은 듯, 감춘 듯이 겸손하여 더욱 잊히지 못할 것 같다.

 

 

 

 

저 정원을 가꾸는 이들은 기도하듯이 명상하듯이 수목들을 돌볼 것이다.

손길마다 깃든 섬세한 정성이며 눈길마다 그윽한 미적 감수성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이끼 정원에 낮은 키로 얼굴에 천진스런 미소를 머금은 지장보살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악도에 떨어져 고통 받는 지옥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이 성불마저 포기한

지장보살의 願力(원력)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 미소는 오래도록 각인될 것이다.

마치 신라인의 기왓장 파편에서 발견된 신랑니의 미소처럼.....

 

 

 

 

 

 

산젠인을 둘러보는 중에 사진촬영을 금하는 안내문을 보고 나도 공감하여

실내에서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았으나 외부의 정원에서는 찍지 않고서여 배길 도리가 없었다.

러나 가이드가 제지하는 통에 화를 내고야 말았다.

실외 촬영은 가능하다는 나의 유도리(융통성)와 충돌한 셈인데 점심을 거의 생략하며

오후 일정 하나를 포기하며 마음을 삭이던 곳이기도 하다.

허허. 그 가이드가 아들이라 화해하지 않을 수도 없었으니....

 

 

 

 

 

산젠인의 모체가 된 간소한 모습을 지닌 본당의 구조가 독특하여 인상적이다.

헤이안 시대에 에신(惠心) 스님이 부모님의 극락 왕생을 기원하며

누님인 안요(安養) 비구니싀님과 함께 이 절을 세운 것으로 전한다.

 

배의 밑부분을 뒤집어 놓은 것같은 천장구조를 가진 본당의 내부는 독특하다.

그 천장과 벽에 극락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꽃밭이 극채색으로 그려져 있다.

 

 

 

 

 

 

불상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중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자, 내 손 바닥위에 오르라.

내가 그대들을 고통스러운 사바세계에서 극락 세계로 인도할 것이로다"

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