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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탕롱 수상인형극 : 목각 인형 조종수가 되다

 

내 이름은 응우옌 떤 뚱(Ng uyen Tan Dung),

45세의 베트남 남성이며 탕롱 극단의 인형조종수다.

하노이에서 버스로 두세 시간이 걸리는 Quan sơn Lake

인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내 고향이다.

 

하노이의 중심인 호안끼엠 호수 옆의 탕롱 극장이

내 직장이요, 삶의 터전이며 내 삶의 모든 것이다.

극장의 화려한 왕궁 건물의 20평 수조(水操) 뒤편,

장막으로 가리어진 어두침침한 수조에서 오늘의 공연을 시작한다.

 

100여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 -

특히 한국과 중국 관광객이 많은,들이 극을 보기 위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국의 낯선 문화를 체감하려고 한다.

우리는 관객을 지켜볼 수 있지만 우리는 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감추어져 있다.

 

 

 

 

 

파종을 앞두고 물을 가득 채운 논이 우리의 무대다.

자연스런 느낌을 주기 위해 수조 언저리에는 풀잎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다.

 

물감을 풀어 놓아 푸르스럼한 빛이 도는

면 아래에는 우리의 비밀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물에 잘 뜨는 무화과 나무판과 대나무판은 목각 인형의 다리가 되는 셈이고

형에 연결된 여러 개의 줄들은 팔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도르레와 같은 장치가 있어

제 힘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기민하고 생동감 넘치도록 동작을 보조해 준다.

 

 

 

 

 

우리 조종수들은 제일 고참이자 지휘관인

반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다.

 

“인형은 우리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란 말이여.

인형에 내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하는 것이여.

그래야 비로소 인형이 내게 다가와

내 뜻대로 움직이는 법이란 말이여.“

 

엄격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때로는 나무라고 설득을 하다가도

사소한 잘못이 있으면 무섭게 질책하며 마치 군기를 잡듯이 했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생기를 잃었어.

리듬을 타지 못하고 박자가 안 맞아. 배우들끼리 엇박자가 나고,

배우와 조종수 간에도 호흡이 안 맞단 말이다.

도대체 베트남 제1의 조종수들이 이게 뭐냐..”

 

호통을 치면 그 날 밤에는 특별 연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든 인형은 몸통에 비해 머리통이 큰 편이다.

얼굴 표정으로 극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조종이 용이하도록 하려는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기술이 깔려 있다.

 

인형들은 물 위에서도 눈에 잘 띄게 흰색을 칠했고

이목구비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인형들은 우리 조종수들의 손에서 완전한 자유의 경지에 든다.

인형들은 베트남의 농부요, 나의 어린 시절이 아니던가.

 

모내기, 밭갈이, 고기잡이, 소등에서 피리부는 소년 등의

일상 생활이 그대로 드러난다.

 

농경 민족의 일상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리고 거북이가 준 칼로 나라를 구한

레 러이 왕과 선녀들의 이야기 같은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과 민담이 드러난다.

 

 

 

 

 

비옥한 땅 더 넓은 들판을

단비로 적셔주는 하늘을 우러러 보세

물의 나라 요정들처럼

 

논밭에는 그치지 않는 노래와 춤을 추어보세.

온 정성을 다해 땅을 일구고 가꾸며

풍년을 맞아 감사와 찬미를 바치세.

 

수상마을에 퍼득이는 물고기 비늘처럼

인생의 희노애락이 승화된 해학이여!

베트남 논과 밭의 아름다운 영혼이여!

 

 

 

 

인형극은 18개의 단막극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 수조는 놀이터요, 삶의 터전이다.

개구리 낚시와 선녀들의 춤, 여우잡기, 봉황과 용, 거북이의 춤,

사자의 춤들이 질펀하게 무대에 오르리라.

 

수조의 양 옆에는 악단의 전통악기와

체오 가수의 노랫가락에 따라 진행 될 것이다.

   

아! 이 극단에 입단하기 위해 얼마나 와신상담했던 것인가?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는 추수가 끝나면 연못에 가설 무대를 만들고

목각 인형과 풀잎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자연 소재로 소품을 만들어

수상극을 명절 때마다 펼치곤 했었다.

 

자발적으로 우러나온 순수한 동기로 배역을 정하고 연습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 사람들끼리 하나로 단결했고

마을에 대한 깊은 정이 우러나왔다.

 

 

 

 

 

우기가 되면 매일 쏟아지는 스콜은 무더위를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온 나라를 물의 천국, 물의 나라로 한 순간 변화 시킨다.

 

가슴까지 차 오르는 연못에서 몇 시간의 연습과 공연으로

손발이 물에 불어 쪼그라들고 중노동에 긴장감으로 힘이 들었지만

특별한 내적 보상이 뒤따랐다.

 

전통 의식의 흐름을 이어간야 한다는 책임감과 즐거움

그리고 단원들에 대한 마울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조에 등장하는 인형, 마차, 소, 꽃, 용, 농기구, 악기 같은 소품을

내 분신처럼 여기고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불꽃과 조명 등도 우리 팀의 책임이었다.

우리 단원들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이 분야의 베테랑으로

눈을 가리고도 조종할 수 있지만 방심은 조금도 허용되지 않았다.

 

12세기 초 왕조의 번영을 기원하며

왕께 봉헌된 축제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끼가 있다지만

우리의 수상극은 독특한 연출의 형식을 갖춘

이 나라의 찬란한 민족의 문화인 것이다.

 

 

 

 

 

 

우리 극단은 최고 책임자인 단장의 휘하에 악단과 인형 조종단

그리고 시설 지원 및 운영반으로 나누어진다.

 

악단에는 전통 음악의 최고스들로 구성된 쟁쟁한 명성을 가진 분들이며 극

을 해설하며 노래하는 체오(Cheo) 가수들은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분들이다.

 

체오 가수들은 스토리텔링을 겸하는데 천상의 고음을 지녔다고 찬사를 받는다.

지금도 아름다운 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악사들은 자신의 전공 악기를 연주하면서 흥을 돋우기 위해 추임새를 지르기도 한다.

“ 우리 수상극은 종합 예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래와 연주는 무데에서 진행되는 꼭두각시들의

미세한 동작과 템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소품들이 수면 위에서 행하는 동작 하나하나도

리듬을 타며 서로 협동하여 여러 요소들이 긴밀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장의 훈시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지만

틀림이 없는 말이어서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귀를 모았다.

 

 

 

 

 

응오동(ngo dong)나무와 짝나무(trac)로 만들어진

옆판은 공명 효과를 높인다.

 

오른손으로 대나무대를 잡고 끝부분에 새끼 손가락을 대고 대나무대로 현을 뜯는다.

왼손으로는 현의 장력을 변화 시켜 음고를 낸다.

 

나는 어려서부터 단바우 라는 일현금을 취미 삼아 연주하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당대 최고의 연주자가 뜯는 일현금 소리를 듣노라면

마을에서 수상극을 하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낭만들이 연못 위의 물고기처럼

햇볕에 반사된 은비늘이 생동감 있게 퍼득였다.

 

마을 사람들은 한결 같이 가난했다.

한정된 식량으로 많은 식구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런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일은 수상에서 펼쳐지는 놀이였다.

틈나는대로 인형을 깎고 용을 만들며 일에 열중했다.

 

인형은 하나 같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입 꼬리가 귀를 향해 치켜 올라가고 도톰한 볼을 가졌다.

방금이라도 익살스런 말을 할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자신들은 헐벗어도 인형들에게는 고급 천, 화려한 색으로 옷을 입혔다.

우리들은 그런 방식으로 하늘에 대한 감사와 경배를 드리는 것이다.

 

신을 기쁘게 하려고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말로

웃음꽃을 피워 신의 제단에 올려놓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선량하고 웃음을 머금은 모습들이 스쳐갔다.

 

 

 

 

 

우리의 전통 현악기는 소리가 매우 가늘고 높은 음을 낸다.

이런 악기들을 연주하며 화려한 추임새와 장단은

꼭두각시들을 더욱 신명나고 다이나믹한 행동으로 몰고 갔다.

 

악기 연주와 수상 인형들의 공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혼연일체기 되어 있을 것이다.

북베트남 전통 성악가인 체오와 인형들의 쇼가 이루어 내는 앙상블이다.

 

요즘 나는 하루에 3회 공연을 한다.

20년이 지난 세월동안 이 극장에서 잔 뼈가 굵은 몸이라

한 시간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훤하게 궤뚫어 본다.

 

러나 놀라운 것은 매번 한 번도 같은 공연은 없다는 점이다.

리는 매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며

보다 질적으로 완벽해져야 한다는 중압감을 늘 가지고 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수면 위로 용이 등장할 때 수조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한 쌍이 어떤 간격을 유지할 것인지,

어떤 속도로 춤을 추게 할지 늘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리고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스스로 미흡한 점을 찾고

반성을 하면서 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내야 했다.

 

그래야 40년이 넘은 극단의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일이고

또 극단의 우수성을 널리 세계에 알려질 것이리라.

 

관객들은 우리를 보지 못하지만 우리는 관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

공연 후의 감사 인사에 대한 환호와 갈채는 우리에게 큰 위로요, 포상이다.

 

외국인에게는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와 낯선 음악에 접하여

이해되기 어려운 점은 마땅히 있을 것이리라. 그

래서 누군가의 제의로 외국인들을 위한

자막 해설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찌 한두 가지랴.

 

 

 

 

 

천년에 가까운 전통을 가진 우리 문화가 아니던가?

그런 수상극을 시간 때우기 오락 정도로 여기는 일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매너가 부족한 관객들을 보기도 한다.

 

“흥. 자기 나라가 잘 산다고 우리 수상극을 깔보는 거야?

으리으리한 무대에서 현대식 장비와 기술로 만든

헐리우드식 영화에 길들은 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거야?

도대체 저들은 얼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매체에 길들여 진 것인가.”

 

우리들끼리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불평 섞인 말이다.

한 민족의 고유하고 특수한 문화에 담긴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쓴이 노트 :

 

 글은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위해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쓴 글입니다.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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