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나무들이 뼈만 앙상한 생선 가시처럼 벗은 채 떨고 서 있다.
모체에서 분리된 마른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르다 부서진다.
지난 녹음의 계절에 왕성하게 일구던 성장과 번영의 기세는 꺾이고
이 겨울에는 헐벗고 굶주리며 삭이고 견뎌야 하리라.
아름답던 꽃들은 마르고 감미롭던 춘풍은 삭풍이 되어 을씨년스럽기 한량없구나.
안 방 이불 밑에 귀뚜라미 대엿 마리가 바싹 말라있다.
가을을 찬미하던 악사들이 꽉 닫힌 방 미지근한 이불 아래로 파고 든 것이다.
뜰 한 구석에 산새의 깃털이 마구 헝클어진 채 나뒹군다.
맹조의 공격으로 육신을 잃은 새의 비명이 바람에 날렸었구나.
이 뜰은 늘 고요하고, 늘 평화롭고 늘 아름다운 뜰만은 아니었구나.
이 뜰은 매양 한결 같지가 않고 수시로 흐르는 물처럼 변화하는 것이로구나.
끝없는 갈등과 끊임없는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구나.
그래 우주의 만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설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로구나.
그 보이지 않는 설계가 보이는 설계보다 더 조화로운 것이로구나.
우주 자연의 궁극적 이치, 큰 법이 그 배후에 있구나.
반대되는 것들은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낮과 밤, 어둠과 광명, 여름과 겨울, 추위와 더위, 성장과 노쇠, 탄생과 죽음은
상호 대립과 투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려는 것이었구나.
혼돈과 무질서로 뒤범벅이 된 세계를 통합하는 힘은 무엇일까?
혼돈을 조정하고 온갖 갈등을 중재하여 조화와 질서로 이끄는
우주적 지성의 신비한 힘에 고개 숙이며 한없는 외경심을 갖는다.
그 우주적 지성을 로고스라 부른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유에 존경심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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