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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금원산 얼음꽃 - 자유자재의 변신

 

금원산에서는 한겨울이면 얼음 축제를 벌인다.


얼음 조각가들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인공 조형물들이 구경꾼들의 시선을 독점한다.


공작새, 에스키모의 집, 동화 속의 성 같은 형상들은 꿈과 낭만의 동심으로 인도한다.


썰매를 타는 어른, 어린이들이 환호하며 이 겨울의 추억을 저장할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나무나 시냇가 돌 위에 핀 얼음꽃을 바라보며 서정을 즐긴다.

흐르는 물에 호스를 연결하여 나뭇가지에 걸쳐두면 숱한 물방울들이 피우는 얼음꽃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고드름이 되고 꽃이 되고 여러 형상이 된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저 고드름을 볼 때 연상되는 동요가 있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동심에서는 고드름이 수정처럼 영롱한 보석이다.

낮으막한 처마 끝에 길게 매달린 고드름을 따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각시의 방에 발처럼 드리우겠다는

착하고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물방울들이 빚어내는 그 형상들은 가히 환상적이다.

얼음꽃들이 피어내는 다양한 형상들은 천차만별이다.

종유석 같은 고드름에서 동굴 속에서 흔히 보는 석순 같은 얼음이

저마다 개성을 가진 듯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얼음꽃을 보면서 물의 본질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스쳐간다.

물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까닭은 응고(凝固)하려는 것이겠지.

흐르는 것은 정지하려는 것인 게야.

 

움직임을 멈추고 한 곳에 정착하려는 것이 아닐까?

()에서 정()으로 안착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어젯 밤 살을 에이는 추위에

발걸음이 둔해지고 말소리가 줄어들며

사지가 오그라들며 굳은 것일 게야.

물방울들이 서로 꽉 껴안은 채

나뭇 가지 위에서, 돌팍 위에서 멈춰 선 것일 게야.

 

 

 

 

그러다가 그러다가

아침 햇살이 영롱하게 비치면

한 방울 한 방울 토닥토닥 떨어져 내리며

가던 길에 합류하겠지.

 

 

 

물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형태도 소리도 없이 기체가 되어 하늘로 오르는

자유자재의 변신!

도의 무궁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