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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물 구 나 무

 

 

  

내 머리맡에 나무 한 그루, 시신 한 구


거꾸로 서 있다. 


인연이 다한 제 전생 몸뚱이는 거의 잃은 채



남은 육신 두어 조각


그 얼굴 표정을 가만히 따라가 보니


 


 


깊은 이마 주름을 헤드랜턴으로 감추고


석탄 가루 묻은 파리한 낯에 잔 기침을 콜록 거리며


지하 갱도러 내려간 한 늙은 광부가 보인다.


 


 


어둡고 엄습한 곳에서 길을 찾던


모세 혈관 실뿌리가


칭얼 거리는 푸른 잎사귀를 위해


제 몸이 길이 되어


물이 흐르고 젖이 흐르던


거룩한 광부의 유언이 들린다.


 


한 생애 건너 텅 빈 하늘에 뿌리 내리려오.’


 


                      (한 느티나무의 일생을 묵상하며


                      청곡 정명섭 짓고 쓰고 만들다.)


 

 

 

 

 

 

 

목공 재료로 쓰고 남은 느티나무 조각 두 개가 이 글의 소재다.

버려질 나무 조각을 판자에 세워 목공예 작품으로 만들었다.

세운 모양이 나무가 원래 자라던 것과 반대 방향이라

제목을 물구나무라 한 것이다.

그 작품의 여백에 이 글을 짓고 쓰고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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