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에 도착한 첫 날
묘하게도 풍광 좋은 왕피천 계곡 모퉁이마다
파수꾼들이 계곡의 새벽을 열고 낮을 지키고 서 있었다.
산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꼿꼿한 등에다 받치고
발치 아래 흐르는 강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낯선 길손을 제압하려는지 눈을 치켜 뜨고 당장 비수를 빼고 덤빌 듯
그 정수리며 등에 화난 꺽지 등지느러미처럼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다.
길손의 엉덩이 포근히 쉴 아량은 켜녕 독기를 뻗쳐 발바닥을 찌르려는 것인지.........
멀찌기서 보는 수문장들은 맨 몸으로 햇볕에 그을리고 비바람에 트고 갈라지면서
기개가 하늘을 찌르고 위풍당당한 청년의 자존이었다.
강 흐르는 길목에 누워 깎이고 씻기며 매끈하고 온화한 미인도 되련마는
허리를 낮추지 않는 사내의 오기, 터줏대감의 기세가 등등하다.
백척간두에서 계곡을 호령하는 위엄에 나는 눈꼬리를 내리고 만다.
첫 날 밤 바위는 세찬 바람으로 내 둥지를 흔들었다.
텃세 심한 바위가 도도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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