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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바위 3 죽어가는 바위

 

 

 

 

왕피천 강변을 늙은 까마귀처럼 배회하다가 무심코 돌더미에 앉았다.

아무 표정 없는 돌덩이들이 내동댕이쳐진 채 산허리에 버려져 있었다.

강변의 조약돌처럼 생기도 개성도 없는 썩배기들이 툭툭 부서진다.

 

 

 

 

아뿔싸!

 나는 바위의 무덤에 앉아 있었다.

도도하던 바위의 눈동자가 튀어나와 제각기 뒹굴고, 깔고 앉은 돌은 부서진 허벅지였으며

비늘 같은 살점들이 뒹구는 잔해들이 산등성이에서 강을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한발짝이라도 아래로 아래로 향하려고 악쓰던 비명들이 널부러지고 있었다.

 

 

 

 

! 그랬었구나.

내 둥지를 감싸안은 세 폭 병풍 바위는 잔명(殘命)에 고통받는 중이었다.

어젯밤 모진 바람과 빗방울에 선잠을 깨우더니 그가 열병에 신음하는 소리였구나.

수 천년을 도도하게 계곡을 휘어잡던 수문장이 부서지고 갈라지며 몸부림쳤구나.

그 고통에 정수리며 가슴팍마다 날카롭게 날이 섰다.

 

 

 

 

몸이 갈라진 틈새에 돌단풍이나 검버섯 같은 이끼가 피면서

바위는 꺼억꺼억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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