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선잠으로 지새던 바람에 메모장 글씨들이 헝클어져 뒹군다.
계곡은 부시시한 눈으로 새벽을 열어 강물에 뿌리를 적신 바위는 생기가 넘친다.
후원으로 난 텐트 뒷문을 열자 밤새 노기 띤 바위가 키를 낮추고
방안을 기웃거리며 세폭 병풍처럼 포근하게 감싼다.
세월의 풍상으로 갈라진 주름에 고운 흙 담아 이끼 내리고 있다.
얼굴에 주근깨 귀여운 참나리와 노오란 원추리가 바위를 따라 와서 이웃이 되어 꽃을 피웠다.
바위에 오른다.
이끼 틈지기에 돌단풍 줄지은 행열을 피해서 사뿐사뿐 디딘다.
바위의 품에 따뜻한 체온과 향기가 스며있다.
그 얼굴을 더듬어 간다.
이 계곡을 휘몰아치던 추위에 턱이 얼고 발은 부르트고, 스쳐가는 것들의 부침을 새기며
수 만년을 묵묵히 살아온 연륜으로 바위는 아름답다.
이제 바위는 제 몸을 열어 꽃이며 풀의 더부살이를 위한 땅이 되려 한다.
차갑고 단단한 돌이 아니라 생명을 품는 흙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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