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돌무덤에서 늙은 잿빛 왜가리 한 마리가 목을 꺾고 쉰 소리로 문상을 했다.
오늘은 산비둘기가 건강한 목소리로 늦잠을 깨운다..
바위 이마며 가슴에 터 내린 돌단풍이 아침 햇살에 홍안을 띤다.
얼굴에 핀 검버섯 안으로 손을 넣었다.
바위는 생명을 품은 어미의 태반처럼 포근하다.
온기 가득하고 촉촉한 흙에 쉬던 개미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시한부 삶을 사는 바위의 거룩한 順命에 나는 숨을 멈춘다..
두 손 모은 팔을 뻗어 바람결에 날리는 고운 흙가루 품어 두고.
이슬이나 빗방울 머금어 유랑하는 돌단풍이며 산국이며 사초 씨앗 초청하여 뿌리를 적시고
차갑고 단단한 몸을 삭여 젖몽아리가 돋고 ........
이윽고 바위 몸에 생긴 생채기 하나가 실고랑이 되며 갈라지고 부서져.
모체에서 떨어져 내리고 돌더미에서 강을 향해 구르고 굴러 부서지고
강에 떠내려가며 물살에 부서지고
끊임없이 작아지고 부드러워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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