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바둑판이 부러워 한.중의 고수들이 바둑 대결을 벌이고 있다 바둑은 재미있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상금이 걸린 일종의 도박이고 동시에 나라의 국위와 명예가 걸린 스포츠의 승부의 판이다 바둑은 더 많은 집을 가지려는 욕망을 가진 양자간의 대결이다 19로의 반상에서 번갈아 한 개의 돌을 놓아 한 집이라도 많은 쪽이 승리하는데 흑과 백이 부딪히며 갈등이 생긴다서로 좋은 자리를 점하려고 포석하고 아군끼리 힘을 합치고 적군의 약점을 파고들며 생과 사의 전투를 하게 된다 바둑판은 가상의 전장이다 이 조용한 전쟁은 매우 심한 반전으로 흥미가 만점인데다 엄정한 규칙으로 패자가 승복하는 공정함이 있다요즘 우리의 혼란한 정치판이 이와 대비되어 온다이 판도 궁극적으로는 승패를 겨루는 것이라 치열한 공방전은 피할 수 없다이긴 자가 권력을.. 더보기
쨍하고 해 뜰 날 노래로 선풍적 인기를 누리던 가수가 서쪽 하늘에 진다 그의 삶의 여운을 담은 노래는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대중 가요는 유행가라 시대상이나 구성원들의 소망을 반영하는 생명성을 가진다 한 곡에 채 5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노래로 동시대 대중들을 희로애락으로 이끈다 이 노래는 한 가수를 유명하게 만든 마법을 지녔다 흥을 북돋우면서 자기 예언 효과를 내포하는 곡이기도 하다이 노래의 절정은 쨍하고 해 뜰 날이 온다는 준비와 기다림의 정신이 담겨있다 어려운 현실의 고난을 참고 미래를 기획하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성공, 출세, 꿈의 실현을 일출의 이미지로 단순화한다후렴으로 반복하는 쨍하고 해 뜰 날은개성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고 즐거움을 준다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주술사의 축원.. 더보기
마법사가 만든 연하장 중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연말연시 그림 카드를 만들던 아스라한 체험을 회고한다누구에게 보냈는지 안보냈는지조차 기억이 없지만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어떤 색을 쓸까, 어떤 문장을 넣을까......고심하며 온 정성을 쏟아부었었다그러나 완성된 카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일생에서 그 때만큼 진실한 그림 카드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요즘은 온갖 그림 카드 견본들이 무료로,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제공된다보낼 사람들 이름과 주소를 봉투에적고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눈깜짝할 새에 전달이 된다무슨 문장을 넣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게 예시문까지 제공해 준다그림 카드를 만드는 AI 마법사의 손을 빌려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은 내가 직접 작성한 상투적인 수법이다 더보기
신년의 마인드셋 어느 신문의 칼럼을 읽다가 나도 신년의 마인드셋을 확인하고 새롭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노년을 밀도있게 살고 싶다면 공부하고 운동을 권하는 내용이다한 의사가 전하는 늙기의 기술인데 예전부터 매우 공감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중이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수퍼 에이저 super ager라는 표현은 자신의 나이를 초월하여 젊은이 같이 뛰어난 두뇌와 정신력, 튼튼한 근골격계를 가지고 건강하게 사는 이들을 지칭한다나도 진작부터 소망하는 바다편안함을 추구하지 말고 불편함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권유도 매우 공감한다정장의 기품, 따뜻한 안방, 안락의자, 기름지고 넉넉한 식사와 같은 풍요롭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삶을 원해서는 안된다산골에서 자연인으로서 끊임없이 손발을 놀리지 않으며 노동을 즐겨야 한다일.. 더보기
전우애의 표상 우연히 이름없이 성만 표기된 6.25 전사자의 비문이 눈에 띄어 자세히 알아보니 놀라운 스토리 하나가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온다1950년 안강전투에서 동지인 김소위가 전사하자 가매장하였다가 10년 후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는데 황규만 전 중장의 아름다운 전우애가 모두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이름을 찾기 위해 26년간 노력하다가 마침내 이름을 찾으니 김수영이라고 한다황장군은 전우의 묘지를 찾아 헌화하며 추모해 왔는데 유언을 남겨 김소위 옆에 묻히겠다고 하였고 89세에 자연사하게 되고 뜻대로 되었다 장군의 묘역이 있는데도 사양하고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그 분의 가치관, 인생관이 드러난 것이다장군 묘역이니 장교묘역이니 하는 것은 고인의 삶에 대한 하찮은 포장지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 것이다 장군의 위계와 위엄보다는 .. 더보기
우연히 접하는 랑시에르의 미학 민감한 후각과 사방으로 뻗은 더듬이로 탐험을 하다가 우연히 자크 랑시에르의 사상의 단면에 접한다그는 정치나 미학을 민주주의와 동의어로 다루고 있다라는 미학 저서를 통해 미학은 민주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하는 발상에 호기심도 생기고 신선하기도 하다근대의 주요 예술적 사건들을 무대에 올려놓는 기발한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다 모더니즘, 모더니티에 대한 기존의 담론을 대체할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다대항-역사라는 미학 담론이다그 담론은 존재론적 민주주의를 추구한다즉 의미가 있고 없고, 크고 작고, 중요하고 사소하고와 같은 위계질서를 갖는 이성적 규범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았다그의 미학 체제는 재현의 주제에 따른 장르의 위계를 해체한다 재현 주제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왕이나 귀족들을 다룬 것이나 평민들의삶을.. 더보기
항공기 참사 항공기 사고로 무고한 인명들이 참화慘禍를 당하고 온 국민들이 충격과 슬픔에 잠긴다유족들의 충격과 고통을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말을 잊고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다정치적 갈등과 혼란으로 온 나라가 들끓던 판에 이런 참사가 겹쳤으니 이 나라에 닥친 시련과 불행에 불안감마저 엄습해 온다선진국으로 도약하려다 정치 경제적 혼란으로 발전이 정체되고 나락으로 떨어진 수많은 나라들을 생생히 목도하지 않았던가?우리라고 어찌 그런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를 자문하기도 한다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정치권이 극한적 대결로 파국에 이르지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이런 참사가 갈등과 혼란을극복하는 반전의 기회가 되면 좋겠다항공기는 지구촌을 만든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하지는.. 더보기
시간이 흐르는데 우중충한 겨울 아침, TV의 클래식 음악 연주, 운동을 쉬는 날의 여유, 머그컵에 가득한 커피, 손에 닿는 거리에 놓인 몇 권의 책, 스마트 폰 안의 간이 자료실과 기록장 등내 오늘 하루의 시작 지점에 놓인 배치의 단면이다마음껏, 욕망의 흐름에 따라, 사소하고 소박한 삶의 재료들을 바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의식이 가는대로 거리낌 없이 가는 자유인이라 느긋하고 여유롭다의식이 우연히 시간의 뒷덜미를 잡아챈다그래봤자 유용하거나 신통한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따라가 본다예전에 에드문트 후설의 이란 책을 붙들고 며칠을 씨름하다 내 수준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인 기억이 쓴 미소를 짓는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에서 사유한 시간 개념에 대한 해설은 다가가기가 편하다시간을 인간의 의식 안에서 기억하고 경험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