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동굴 암벽에 새겨진
개발새발 같은 글씨나 호작질 같은 그림들이
영원을 지향하는 몸부림처럼
어둡고 단단한 수 천년의 벽을 넘어
숨쉬며 걸어 나올 때
각인 하나
머리에는 덤성덤성 눈발이 내리고
이마에는 세월에 긁힌 고랑이 선명한데
돋보기로 확대된 규목 나이테 사이로
글씨의 작은 파편들을 맹렬하게 쑤셔 박으며
노려보는 눈빛에 흐르는 독백을 따라가 보면
잠시간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라면
밭가는 농부처럼 쟁기질하리라.
그 고랑에 내 발자국과 향기를 묻으리
그 위에 햇빛 부스러기마저 차곡차곡 쌓이게
떠돌던 소슬 바람마저 내려와 제 몸을 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