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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야구 - 투타(投打)의 공방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원시수렵 사회의 퇴화된 기억들의 흔적이 배어 있다.

생존을 향한 강열한 투쟁으로 하루 하루를 여닫던 거친 본능의 흔적들을 무의식의 저변에 깔고 있다.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짐승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강해야만 보장되는

양육강식의 본능이 여전히 세포 조직에 저장되어 있다.

 

 

이웃 씨족, 부족들과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싸움으로 귀결되는 냉엄한 필연을 배우지 않아도 알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고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는 것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를 인류는 장구한 역사를 통해 반증한다.

 

 

 

 

공방(攻防)이 시작된다.

투수와 타자 - 한쪽은 던지고 한 쪽은 친다.

숨을 멈추며 고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모으고,

상대의 허(虛)를 노리는 맹조의 눈빛으로 격돌한다.

이 찰나에 갈라지는 승패는 냉엄한 현실이 된다.

 

 

 

이 모순(矛盾)의 관계는 단박에 승패로 명료하게 결판이 난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힘과 기술이 조화를 부린다.

천근의 바위 같은 묵직한 힘과 회전과 변화의 신출기묘한 변신으로

상대의 판단을 흔들며 방망이를 제압하려 든다.

 

 

 

사느냐, 죽느냐는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본질을 결정하는 힘!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하는 사생결단의 싸움터다.

그런 기본 가정이 밑바탕에 흐르는 놀이요, 스포츠인 것이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첨단의 과학 기술 이론이 도입된다.

인체의 구조, 물리적 운동의 법칙에 등

해박한 지식에 바탕을 둔 실전 훈련이 투입되어야 한다.

 

 

인체가 생산할 수 있는 힘을 극대화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과 사의 한 순간의 승부를 위해 투입하는 공부와 훈련은 처절하다.

강력한 힘이 하얀 공 한 개에 실린다.

 

 

 

와인드 업!

투수는 전진력을 얻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가장 적절한 보폭을 유지하면서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회전력을 얻기 위해 그의 몸은 비스듬하게 돌아가 있다.

한 발에 모든 체중의 힘이 실려 극대화된 파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몸의 균형 즉 밸런스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치를 깨닫는다.

 

이런 일련의 동작들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신체의 기관들이 총동원되어 공을 뿌리는 한 순간에 집중된다.

상대를 노려보는 전사의 투혼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무심의 경지에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조건은 동일하다.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는 힘으로 제압하거나 교묘한 꾀로 상대를 속여야 한다.

상대의 허점을 일거에 찔러 가는 殺氣살기가 번뜩인다.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암묵(暗黙)의 대결이 시작된다.

 

 

 

적진에 배치된 베이스를 돌아 영예롭게 귀환하여 영웅이 되리라 다짐하는

타자가 빙글빙글 방망이를 돌리며 치는 시늉을 반복하며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도달하는 시간인 0.4!

강력한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강속구일지

바람에 지는 낙엽처럼 유유자적한 변화구일지

동물적 감각과 정확한 판단력으로 기다리는 시간이다.

 

 

 

수비와 공격이 불꽃을 튀기는 일촉즉발의 찰나!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선 양자의 대결!

야만적 잔인함을 문명의 룰로 순치시킨

여기는 여전히 싸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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