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나물이 서서히 살대를 펼치기 시작한다.
비를 피하기 위한 우산이 아니라 볕을 가리기 위한 파라솔이다.
며칠 새에 먼저 세상에 나온 형님 우산이 당당한 기둥을 뻗어 올려
연약한 동생들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
이제 갓 머리를 내밀고 솟아나오는 어린 나물이 여리고 앙증스럽다.
다져진 흙더미를 정수리로 밀고 올라오는 그 생명 에너지에 탄성을 지른다.
3월이 되면 오관이 예민해진다.
흙더미에서 비릿한 젖내음이 난다.
땅이 흔들리는 진동을 감지한다.
생명을 품은 대지가 준동(蠢動)한다.
대지는 임산부(姙産婦)다.
우산나물이 제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돌투성이 땅에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판에
한 포기라도 더 늘리기 위해
지난 만추의 바람에 날려 보내던 제 분신들.
이제 한 생이 시작된다.
저 어리디 어린 연약한 순이 펼치는
생의 역사를 숨을 죽이며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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