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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출산에 조급해진 곤줄박이

 

<어 이봐라. 이게 뭐지?>


나무로 만든 우편함을 열어보니 마른 이끼가 절반 쯤 차 있다.


누가 장난을 했나?


 



 

다음 날 열어 보니까 비워진 함 속에 다시 마른 이끼가 차 있다.

근처를 얼씬거리며 경계하는 새를 보고서야 알았다.

곤줄박이가 산실을 꾸민 것이었다.

 

옹색한 돌 축대 사이에 출산을 해서

새끼를 부양하느라 여념이 없는 녀석들도 보았다.

 

 

 

 

급한 가 보다.

나도 마음이 급해져서 갈라지고 좀이 슬긴 했지만

왕대나무를 꺼내서 집 두 채를 만든다.

 

 

 

 

무상 주택으로 선착순 분양이다.

우리가 함께 사는 대지의 친구에게 베푸는 내 우정이다.

나뭇가지 위에서 종종 걸음으로 건반을 타고 다니며

노래하고 춤을 춘 너희들에게 베푸는 내 선물이다.

 

 

그런데 너희들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1차로 분양을 끝낸 후에 조금 더 나은 집을 만들어 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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