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봐라. 이게 뭐지?>
나무로 만든 우편함을 열어보니 마른 이끼가 절반 쯤 차 있다.
누가 장난을 했나?
다음 날 열어 보니까 비워진 함 속에 다시 마른 이끼가 차 있다.
근처를 얼씬거리며 경계하는 새를 보고서야 알았다.
곤줄박이가 산실을 꾸민 것이었다.
옹색한 돌 축대 사이에 출산을 해서
새끼를 부양하느라 여념이 없는 녀석들도 보았다.
급한 가 보다.
나도 마음이 급해져서 갈라지고 좀이 슬긴 했지만
왕대나무를 꺼내서 새집 두 채를 만든다.
무상 주택으로 선착순 분양이다.
우리가 함께 사는 대지의 친구에게 베푸는 내 우정이다.
나뭇가지 위에서 종종 걸음으로 건반을 타고 다니며
노래하고 춤을 춘 너희들에게 베푸는 내 선물이다.
그런데 너희들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1차로 분양을 끝낸 후에 조금 더 나은 집을 만들어 주고 싶구나.
'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판을 새기다 -同樂亭 (0) | 2016.05.12 |
---|---|
바디집 (0) | 2016.05.06 |
솟대 마을이라 명명하고 (0) | 2016.05.03 |
나무새 두 점 (0) | 2016.04.25 |
나뭇잎에 기어가는 달팽이 (0) | 201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