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에서 가져온 고사목의 가지를 손질하며
나의 하루 봄날이 간다.
밑둥치가 어른들 서너명이 두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잘 모르긴 해도 수령이 3백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모체의
한 쪽의 가지인데도 거대하고 속이 텅 비어있다.
나무를 다듬으며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내는 것은
내가 나무를 다듬는 주된 즐거움이고 상상의 자유다.
몸체를 한 번 뒤집으려면 꽤나 힘이 든다.
이러저리 돌려가면서 남은 속껍질을 마저 벗기고
보호수로 상처를 치료했던 흉한 자국을 없애고
최소한의 손질로 분경을 만들어 간다.
고사목은 많은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 있다.
그 속이 뻥 뚫렸으니
얼마나 많은 세월이 그 속에서 망각된 것인지
얼마나 忍苦의 과정인 것인지
나는 어느 새 내 세월을 볼아다 보며 쓸쓸해진다.
톱으로 자르고 자귀로 쪼고 칼로 다듬으며
분경을 만들어 간다.
그 안에서 나무가 자라고 풀이 자라 꽃을 피우고
돌이 군데군에 자리하는 공생공존의 영역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부패를 늦추기 위해
오일 스테인을 바르고
물이 닿는 곳에 구멍을 뚫고 비닐을 깐다.
나뭇가지 하나가 죽어서도 새 생명을 품는 것이라면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덩달아 내 상상의 자유는 즐거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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