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집 하나
초겨울 바람에 휩쓸려 다닌다
이젠 거의 노숙자다
마를대로 마른 줄기가
툭 부러지던 날
간신히 연고가 되어주던
뿌리는 냉담해진 채 고개를 돌리고
화려함을 찬미하던 세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요람처럼 아늑한 빈 방
가득하던 웃음과 울음과 투정들이
초록빛 생기로 물들던 방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회한과 자책의 잿빛 표정
돌아보면 볼수록
가슴 한 구석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들린다
이제 빈 벽에 구멍이 나고
구석이 차츰 허물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시침미를 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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