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연밥


 


 

 

 

텅 빈 집 하나

초겨울 바람에 휩쓸려 다닌다

이젠 거의 노숙자다

 

마를대로 마른 줄기가

툭 부러지던 날

간신히 연고가 되어주던

뿌리는 냉담해진 채 고개를 돌리고

화려함을 찬미하던 세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요람처럼 아늑한 빈 방

가득하던 웃음과 울음과 투정들이

초록빛 생기로 물들던 방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회한과 자책의 잿빛 표정

 

돌아보면 볼수록

가슴 한 구석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들린다

이제 빈 벽에 구멍이 나고

구석이 차츰 허물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시침미를 떼며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2)  (0) 2018.08.05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1)  (0) 2018.08.04
기한제 상소문  (0) 2018.07.29
바다는 조율중  (0) 2018.07.27
웃음의 건강  (0) 201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