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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1)

 

지독한 더위가 사유의 대상이 된다

올 여름은 불의 기운이 강해서 온 천지를 달군다

불이 강세를 휘두르니 상대적으로 물이 약세다

물이 뜨거워지고 증발되어 물줄기가 약해지고 젖은 땅이 건조해진다

물에 의존해야 하는 생명체들이 다급해져 물을 갈구한다

 

불은 타오른다

그것은 동적인 힘이고 변화의 원인이다

자체로 형체를 가지지 않으면서도 대상을 무섭게 변화시키고 심지어는 완전히 태우기도 한다

 

불을 사유하다 우연히 불 화자 3개만으로 구성된 화염이란 단어에 연결되고

그러다가 금동화염보주형사리용기에 머무른다 의식은 이렇게 느닷없이 흘러간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보물이다

일본국보라 해서 뾰루퉁해저 외면하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다행이다

보물이니까 당연히 미적인 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 미적 감성으로 솔직하게 느껴보는 것이다

구슬이 타오르는 듯 불꽃 형상이다

원형의 두 물건이 상하로 배열된 형태다

아랫 것 위에 위의 것을 포개놓은 것이 아니라 기둥을 세워서 쭈욱 올려놓고 있다

거양함으로써 우러러 보게 하고 이상화하는 것이다

우승컵을 받고서 높이 들어 환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미적인 원리로 볼 때 포개지면 억눌리는 느낌이나 중복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답답한 억눌림과 위로 솟구쳐 오르려는 상승감의 모순을 절묘하게 해결하는 것이 탑이다

석가탑을 보라!

 

그러면 그 높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만

그런 전문적인 지식 이 없는 나는 제작한 이의 조화와 균형의 감각을 조용히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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