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그루
따가운 햇볕에 삭고
서러운 별빛에 문드러진
한 세월을 풍미하던
영화롭던 궁전 외기둥
내 가벼운 발길질에
툭
나자빠지고
갇혀있던 시간들이
훌훌 털어 버리고
우루루 쏟아진다.
폐허의 큰 법을 향한 순례자
이제서야 제 몸을 눕힌다.
2001.
관솔을 찾으러 다녔었다.
동해안 울진과 영덕의 외진 산으로.......
몸통이 다 삭아서 한두뼘만 남아 있는
뿌리 그루들을 찾아 다니다
얻은 상념 한 두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