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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대지진

 

 

 

‘속이 울렁거린다’고 한다.


필시 무슨 연유가 있으려니 해도

모두 시큰둥 입을 다문다.


깊고 넓은 속인줄만 알고 소홀한


한 구석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무슨 선천성 속병을 가지고 있는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울컥 치밀어 오른다’고 한다.


가느다란 조짐에 응답이 없어 분통을 터뜨리는지


말로는 어려운 어떤 일로 마음에 맺힌 게 있는지


불같은 덩어리가 가슴 깊이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쿨럭 크르르르


재채기에 허리가 휘청거리며 삐거덕 소리가 났다.


기침 한방울이 바다위로 솟아오르며 파도를 때린다. 


도미노였다. 커지는 파문으로 번진다.


 


 

‘격렬히 요동친다’고 한다.


요동은 다시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


누운 바다가 몸을 일으키자 바닷물이 미쳐서 도심을 질주한다.


도로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배 


서있기도 버거워 누워버리는 콘크리트빌딩


 

 


물에 빠진 생쥐처럼 고지로 올라가 있던 개미들은


이상한 것이 정상이 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윽고 문명의 쓰레기가 뒤엉킨 폐허 위에서


다시 꼼지락 거리며 개미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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