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방문객 180만명이라며 한겨울의 이색 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가 대박이란다
이 엄동설한에 게다가 대도시도 아닌 강원도 지방 도시에 이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것은
그럴만한 흥행의 요인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게 무얼까?
젊은이들은 얼음 구멍에 낚시줄을 내리우고 위아래로 흔들며 물고기를 유혹하며 즐거워하고
나는 멀찌감치서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스쳐오는 단상을 낚는다
빙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이 체험에는 특이한 재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빙판에 뚫린 얼음 구멍에 낚시줄을 연신 오르내리며 낚아보는 짜릿한 기회를 맛보는 것이다
아마도 인류에게 잠재된 원시사회의 천렵 경험이 발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정의 비용만으로 누릴 수 있는 용이한 경험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것도 대박의 요인일 것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직접 잡은 수확물을 현장에서 요리 대행을 한다는 점이다
대중 축제에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어우러져야 하는 법이다
행사를 주관한 화천군은 흥행의 경제적 보상을 톡톡히 받았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축제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이다
이제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판해 본다
한 쪽 눈으로만 바라보면 균형감을 잃고 발전성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에 이 축제에 대한 어느 독자의 비판 투고를 보고 나는 박수를 보낸다
사람의 축제에 동원된 산천어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동물애호가의 탄식이다
둥그런 원형 수조에 희생물을 투입하고 마구잡이로 뛰어든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포획되는
놀이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여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 축제를 위해 전국에서 길러진 수많은 산천어가 유희의 대상이 되니 산천어 입장에서는 가혹한 수난이다
게다가 하천을 임의로 개조해서 얼음을 두껍게 얼리고 행사장으로 설계하는 것은
환경론자들의 눈에는 돈에 눈 먼 횡포요 생태계 파괴 행위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천은 물고기들의 마을이다
그들이 다니는 길, 좋아하는 물살, 모래와 자갈, 수초와 깊이 등은인간의 감각으로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다양한 어류들의 습성, 기호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포크레인으로 밀어붙인 도살장이요 돈벌이 시장인 것이다
축제가 인간만의 축제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축제, 자연 환경을 가꾸는 축제가 되려면
돈벌이와 일회성 이벤트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런 충정 어린 비판을 받아들이고 행사를 조금씩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오랜 세월을 두고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생명의 문화를 담은 환경문화축제로 재탄생할 것이다
그런 일이 화천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