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만드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어제보다 조금 얼굴의 윤곽이 살아나지만 아직 멀었다
'~하는 중이다"라는 표현은 현재형이거나 진행형 표현인데 나는 곧잘 이런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어법상 적절하지 못하다고 해도 이런 고집을 꺾지 않으려 한다
나에게는 탈을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그 때마다 떠오르는 발상과 사유의 가치를 누리려 한다
비록 일관성이나 지속성의 논리가 결여되고 휘발성이라고 해도 작업 중에 얻은 정신적 소산이기에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 느티나무는 고목의 한 부분이다)
나는 이런 작업에 숙달된 기능이나 경험이 일천하다
어떤 경우는 일부러 비능률적 과정을 선택하기도 한다
톱이나 그라인더 등의 전동공구를 사용하면 단 시간에 마칠 일을 끌이나 자귀 등의 수동 공구로 작업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일을 빨리 하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언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팕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건 쑥스럽고 천한 일이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다
잘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희망사항이며 보다 근본적인 것음 만드는 과정을 놀이로 즐기는 것이다
만드는 과정에는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와 긴장으로 의식의 끈을 졸라매기도 한다
어지러진 공방에서 조각도를 망치로 두드리고 그라인더가 나무를 갈아내며 맹열한 소리로 분진을 날리기도 한다
컴프레샤가 공기를 압축하며 소음을 내고 러카와 신너의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이 공간은 내가 생생하게 살아서 땀 흘리고 집중하는 즐거운 놀이터다
한마디로 놀이에 취한다
굳이 유식한 표현을 쓴다면 놀 유자를 사용하는 유희요 오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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