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두 개의 작업장이 있다
내 목공방과 서한당의 화실인데 컨테이너 두 개를 활용한 것이다
오늘은 비가 내려 함석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작업을 하며 논다
탈바가지 하나 만드는 과정을 유별나게 사설을 늘어놓는 일이
남이 보기에는 하찮아도 즐기는 자신에게는 신나고 의미있는 일이다
자귀질을 함으로써 직전과는 다른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세한 차이라 당사자가 아니면 간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열정적인 작업자에게는 매 순간 작은 차이를 생산하고
그 차이로부터 오는 의식을 통해 희열을 맛보는 것이다
탈은 인간의 얼굴이 바탕이므로 좌우의 균형이 필수다
균형을 맞추는 것은 눈이 제시하는 기준과 손의 섬세한 감각이다
작업을 하다보면 숱하게 많은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함으로써 희열은 배가되는 것이니 실수나 우둔함을 탓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목공에 소질을 가졌다고 자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유튜브 등을 보면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장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기술과 놀라운 감각을 부러워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공방에서 작업에 열중하는 지금의 나는 자유인이다
생계와 상관없는 일을 자발적 동기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
그만 하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가 있다
시장의 수요와 상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인이라서 좋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도달점에 가까워지는데 그것은 성취의 희열과 가능성이 줄어드는 서글픔이 동시에 있다
한 작품의 완성은 지극한 허탈이다 더 이상 개입할 수가 없으므로 나와 분리된 타자인 것이다
나무밥이 발 밑에 수두룩하다
숱한 나무밥마다 내 근력과 끈끈한 의지와 집중력이 배어있는 것이니 이런 것마저도 의미를 부여한다
어~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났구나
오늘도 비빔국수 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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