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단배가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정경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멋스러운 낭만적 풍취다
바람이 부는대로 물처럼 흘러가는 돛단배는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욕망이 조화를 이룬 합작품이댜
성능좋은 엔진의 동력으로 바다 위를 질주하는
거대한 호화 유람선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데 없지만
황포돛배의 서정적 풍경은 느림의 여유와 고풍적 미의식을 환기 시킨다
강나루가 아름다운 양평의 두물머리며
여주 신륵사 모퉁이를 흐르는 남한강이며
정선 아우라지 등
전국의 명소마다 돛단배가 오랫만에 보는
고모처럼 우리를 설레게 한다
바람아 불어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동하는 것이라는
본성과 의지의 화신이여
강렬한 힘으로
내 등을 밀어주오
우리는 환상적인 연인
조화에 달통한 인연
뱃전에 황포돛을 달아
온갖 바람을 유혹한다네
동녁 에서는 샛바람
서녁 에서는 하늬바람
남녁 에서는 마파람
북녁 에서는 된바람
치맛자락에 분내음 풍기니
근력 좋은 바람들이 밀어주어
순풍에 돛달고 떠나네
어쩌다 역풍이 불면
돛 내려 기다리며 살핀다네
음양의 조화는 우리의 법도
바람이 불면 흐르고
멈추면 쉬어가네
창공의 뜬 구름처럼
빈 마음으로 흐른다네
황포돛배에는 선인들의
지혜와 땀이란 상앗대가 있다
지금이야 낭만과 유흥의 상징이지만
그 때 그 시절의 고단한 삶의 한숨이 배어있다
아무리 바람으로 간다지만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사공의 거친 숨소리와 짧은 탄식을 듣는다
뙤약볕 아래 그을린 얼굴
억센 사내의 무쇠같은 힘줄도
신세 타령을 막지는 못하네
어기야 디야 아야디야
서산에 해 기우는데
가야 할 뱃길은 멀구나
조급한 이 마음을 이찌할꼬
어기야 디야 아야디야
돌아가세 돌아가
처자식들 기다리는
삶의 보금자리로
어기야 디야 어야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