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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도끼질

 


 

 

가리올 마을에

쿵^쿵^ 소리를 따라가 보면

도끼질 하는 영감 하나 있다

 

은발 머리 위로 도끼를 최대한 치켜들어 내리꽃는데

팽팽해진 시위처럼 허리를 젖 히고

온 몸의 정기를 모으기 위해 호흡을 멈추고

앙칼진 시선은 통나무 정중앙을 겨냥한다

 

유유자적하던 바람이 숨을 죽이고

말라붙은 나뭇잎들조차

침을 꿀꺽 삼키며 지켜보는데

얍! 야무진 기합 소리와

딱! 통나무의 단말마(斷末摩) 소리가 뒤엉키더니

 

쩌억 갈라진다

하얀 속을 드러내며

나뭇잎이 박수를 치고

영감의 빙그레 웃음이

마른 하늘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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