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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월성천 - 계곡의 벼랑

 

월성계곡의 계류가 휘감고 돌아가는 한 모퉁이를 돌아가면 응달지고 어두운 절벽이 있다

고드름이 맺히거나 늘 젖어서 찔끔찔끔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곳인데

그렇거나 말거나 내 상관할 일이 아니려니 하며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그 돌벼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주시하는 것은

바위가 서슬이 퍼런 채 날카로운 모서리를 드러내며

전장터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벼랑의 거대한 바위에 유난히 마음이 쏠리는 것은

바위에 조각조각 난 금 때문이다



 

이 겨울 내내 바위는 언 몸으로 부르트며 갈라지는 중이었다

갈라진 삭신 뼈 마디마디에 파고드는 북풍과 비수 같은 얼음

 

바위 아래 굴러내린 돌의 분신들

뺨에 흘린 눈물에 이끼가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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