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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월성천 - 현재를 흐르는 물

  

계류는 흐른다

지금 흐르는 중이다

 

지나온 과거를 알지 못하므로 빗방울로 낙하하여 낙엽더미 사이로 구르다

다른 물과 손을 잡고 실개천이 되던 일이며

바위에서 투신하던 어제의 일조차 기억하지 않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장도(長途)에 오른 물줄기는 수많은 여정을 겪으며 여행을 할 것이다

물줄기가 때로는 갈라지고, 소멸되고, 합쳐질 그런 미래의 운명에 초연하다

내일은 어느 산 허리를 잘 돌아갈런지 불안해 하지 않으며,

오욕의 멍에를 염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 한다

하얀 너럭 바위를 스쳐 지날 때에는 유쾌함으로 사르르 눈을 감고,

떡 버티고 선 큰 바위 앞에서는 다투지 않고 우회하는 슬기로움으로,

끊어진 길에서는 눈을 질끈 감고 폭포수가 되는 강인함으로 변신하지만

한 번도 본성을 잃지는 않는다

 

현재를 흐르는 물은 현실 상황에 절묘하게 적응한다

완만한 곳에서는 여유롭게, 내리막길에서는 긴박하게,

얕은 곳에서는 걸음을 채근하고 깊은 곳에서는 여독을 푼다


 



이따금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먼 길을 가는 계류다

포말은 여행과 순례의 지친 한숨이요 자기 쇄신의 다짐이다

물의 낙하나 소용돌이는 물줄기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초다

그러므로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평화의 이면에는

끝없는 자기 정화와 쇄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길을 따라

물길에 발걸음을 맞추어 물소리에 귀를 모으며

걷는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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