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소 위의 큰 바위를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이 멈춘다
폭포 위의 바위가 허물어지는 중이다
그 차갑고 단단한 돌이 온통 생채기 투성이다
주름이 지고 금이 가고 금 간 자리가 벌어지고
이미 떨어져 나간 파편들로 인해 예리한 날을 세운 채 독기가 서려있다
신열로 몸살을 앓는 바위는 온 몸이 신음 중이다
찬 바람이 들고 얼음이 얼고 녹는 각고를 겪으며 묵묵히 버티고 있다
바위에 다가가 살펴보니 창백한 안색에 푸석푸석한 살갗이다
바위의 깊어진 틈새에 손을 넣어 어루만진다
여름마다 겪는 큰 물의 홍역을 치르느라 주변이 어수선하고 온 몸이 상처다
그러나 꿋꿋이 버티며 운명의 흐름에 의탁하는 표정에는
체념을 넘어선 달관이 서려있다
'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성천 - 바위와 시간의식 (0) | 2020.03.23 |
---|---|
월성천 - 건계정에서 (0) | 2020.03.14 |
월성천 - 남하까지 동행 (0) | 2020.03.10 |
월성천 - 천배 서원 (0) | 2020.03.06 |
심소정에서 (0) | 2020.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