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에 씻기며 연마된 매끈한 우유빛 피부의 너럭 바위가 월성계곡에는 매우 많다
그런데 내 마음을 더 이끄는 바위가 있다
계곡 한 모퉁이에서 늙어가는 주름살 투성이의 바위다
더러는 균열로 벌어지고 상처가 나고 떨어져 나간 바위 앞에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그 바위 앞에서는 경건한 마음이 생기고 어떤 깨달음의 욕구가 솟아난다
바위는 제 몸에 시간의 흔적을 생생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차가운 바위가 부황든 것처럼 아프고 푸석푸석해지다가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틈이 벌어지고 마침내 분리가 되고
물살에 흐르다가 깨지고 다듬어지는 바위의 전 생애를 바라보게 된다
바위는 시간의식으로 사유를 인도하는 생생한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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