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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큰 돌과 놀다

  

밭 가장자리를 넓혀가는 작업을 한다

온통 돌밭이라 힘들게 하다보니

허리를 곧추세우며 끙 한숨을 토해내고 심호흡을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신천지를 찾아 나선 서부 개척시대의 미국인처럼......

 

 

 

 

아뿔싸!

큰 돌이 묻혀있을 줄이야

혼자의 힘으로 캐내기 어려운 돌이다

쇠지렛대와 곡괭이와 내 근력을 시험하듯 땅에 비스듬히 묻혀 있다

 

어쩐담!

한 걸음 남짓한 땅을 사용하지 않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 나는 호모 루덴스로 자신의 모드를 변화 시킨다

말랑말랑한 사고는 속박되지 않은 자의 프리미움이다

이 큰 돌을 이용한 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놀이는 자발적이고 재미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구미가 당기는 놀이다

 

 

 

 

 

그래!

이 박힌 큰 돌의 일부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게 해보는 거야

임의로 정한 목표가 재미와 성취 동기를 불러 일으킨다

 

돌이 박힌 바닥을 호미로 긁으며 흙과 잔돌을 파내며 묻힌 돌의 규모와 가능 여부를 타진한다

쇠지렛대를 넣을 수 있게 받침돌을 놓고 조심스럽게 움직여보니 미동을 한다

 

 

 

 

좋아 좋아!

득의의 미소가 번져가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다

돌을 반듯하게 세우자면 지렛대를 어느 지점에 넣을 것인지

그리고 지렛대를 사용하는 중에 벌어진 틈새에 돌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가 문제다

이 놀이의 규칙은 혼자 힘으로 하기와 한정된 농구만 사용하기다

 

 

시행착오는 목표에 이르기 위한 치르는 예정된 실패다

하나의 실패를 통해 작은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근력보다는 의지다

놀이가 재미 있으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른다

돌이 반듯이 제 자리를 잡았을 때는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후다

 

 

미래의 인류는 호모 루덴스로 진화할 것이라는 가설을 내 노동의 실험으로 슬쩍 맛본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은 사소한 일을 음풍농월하듯 수다스럽게 떠벌인다며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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