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스한 날에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는 행복하다
어제 내린 비로 흙이 촉촉히 젖어 흙의 젖내음이 배어나온다
이제 대지는 생명을 품을 임부가 된다
겨우내 움추렸던 가슴을 펴서 말리려 밭으로 나선다
이런 날은 낙엽송 가지에서 딱다구리가 목탁을 두드려주면 좋겠는데.....
밭에서 흙덩어리를 잘게 부수는 작업을 한다
며칠 전에 쇠스랑으로 땅을 뒤집어 놓았는데 뭉쳐진 덩어리들을 툭툭 쳐서 깨트린다
생명을 품을 대지의 흙은 부드럽고 향기를 품어야 하는 법이지
무엇엔가 맺혀서 단단하고 굳은 채로는 생명을 품는 어미가 아니거늘.....
생명의 태반은 성소와 같아서 멍울진 덩어리를 풀어야 하는 법이지
지하에서 음울한 눈물로 지새거나 눌려서 단단한 돌멩이를 품은 덩어리들을 어루만진다
성소가 되려면 곱고 부드러운 입자고 되어야 해
덩어리는 연줄이거나 아집이거나 고질이거나 집착하는 것이지
덩어리 안에 있는 돌멩이는 밖으로 던지고 단단한 뭉치는 풀려서 고운 흙으로 돌아간다
연장을 놓고 흙을 한 줌 쥐어본다
흙의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홍조를 띄며 향기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