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로의 여행은 현상계로부터의 이탈이다
오감으로 갈 수 없는 신기한 세계 , 알 수 없는 희한한 세계로 가는 여행이다
사유가 가는 길은 잘 닦여진 도로가 아니라
정신이 그 때 그 때 생각한 시공을 초월한 관념상의 길이다
수십 년 전의 과거로 가다가 한 순간 현재로 돌아오기도 하며
예전의 고향마을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떤 도시를 동경하기도 한다
사유는 자아와의 소통이 활발한 사람에게 잘 이루어진다
현상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분리되며 자신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인 자아와의 만남인 것이다
즉 사유하는 동안에는 하나이던 내가 둘로 분리된다
자아와의 소통은 말로 이루어지지만 소리나지 않는 독백의 형태를 띤다
사유에 잠긴 사람은 고독하다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그의 정신은 무엇엔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으므로 분주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그는 고독하지만 고립된 상태에 있지 않다
사유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의도적 행위가 아니다
사유는 인지와 같은 정신활동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한 행위가 아니라
불쑥 튀어나왔다가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불규칙하고 산발적인 정신활동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유인 것이다
사유는 진리를 탐구하는 인지와는 달리 의미를 추구한다
진리처럼 명료한 하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가능한 다원성에 바탕을 둔다
사유는 영혼의 세계를 순례하는 철인이다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은둔자다
사유가 끝나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사유는 영혼을 풍성히 하며 언어가 정신활동과 현상 세계를 매개하며
현상계에 일부를 드러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