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 주름살 투성이 얼굴 같은 바위는
내가 걷는 길에서 하천 건너편에 있는데다
높은 옹벽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있다
지나칠 때마다 그 바위에 마음이 끌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근접해서 주름진 틈을 더듬으며
바위의 체온이며 심금을 울리는 메세지를 듣고 싶었다
오늘 바위 투성이의, 길 아닌 길로 우회해서
아직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바위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 바위 마을에서 가장 연로해 보이는
바위의 어느 한 구석에도 매끈한 데가 없이
검버섯 핀 얼굴이 온통 상처 투성이에 푸석푸석하고 초췌한 안색이다
장구한 세월에 질기고 메마른 가슴이 허물어지는 중이다
하고많은 사연들은 침묵하며 삭아내리는 늑골 한 켠에 나무 덤불을 품고 있다
철쭉 몇 그루가 벌어진 늑골 사이에 뿌리 내린 채 꽃망울을 맺고 있다
며칠 후면 연분홍 꽃을 피워 검버섯 핀 바위 얼굴에 미소가 배어나겠다
「오길 잘 했구나」
저으기 안도하는 마음이 생기며 내 가슴이 촉촉히 젖는다
바위가 허물어지며 생명을 품는 일이나
바위에 다가가고 마음을 사유하는 일이나
사랑하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동반자가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