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가 한 전시장에서 그림 한 점을 접한다
1950년 대 한 예술가의 눈에 포착된 우리네 삶의 현장이다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삶의 한 장면이 충격적이다
해물을 파는 시장에서 지폐를 입에 문 여성과 젖가슴을 드러낸 여성의 절박하면서도 치열한 표정에 독기가 묻어나는듯 하다
삶의 진실이 늘 우아하고 곱게 포장되는 것만은 아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의식주와 같은 최소한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런 일차적 육망이 충족된 이후에야 비로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확대 시키는 사회적 욕망의 충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의호식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시기는 반세기에 불과한 최근의 일이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젖가슴의 노출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시의 일상이 천박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지폐를 입에 문 여인의 위생관념이 원시상태임을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림을 당시의 시점에서 당시인들의 입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그림은 삶의 우선 순위를 솔직하고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여성으로서의 단정한 매무새라거나 기품있는 자태보다는 각박한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욕이 훨씬 상위에 속하는 것이다
가장 절실한 것은 삶에 대한 본능적 의지와 현실적 책무인 것이다
각박한 현실적 삶에서 여성의 성적 매력 따위는 허접한 사치요 위선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삶을 대하는 주체의 자발성과 능동성 그리고 강한 의지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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