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환호하며 기쁘게 할만한 굿이 없을까?
하늘이 가진 천상의 신비로 마법을 펼쳐 사람들을 선도할만한 이벤트가 없을까?
옥황상제의 뜻을 받은 구름의 신이 명한다
일찌기 볼 수 없었던 지상 최대의 쇼를 펼치리라
온 세상을 순백의 이상향으로 만들리라
하늘의 옷은 바늘자국이 없는 법이려니 거대한 솜이불로 지상을 덮으리라
구름들은 산산조각을 내어 백설로 변신하여라
소리없이 솜이 내린다
도둑의 발걸음처럼, 토굴에 든 선사처럼, 간밤에 내리는 눈은 신비를 행하는데 야단법석을 부리지 않는다
고요한 침묵은 온갖 음악보다 감동적이다
하늘의 하사품은 새의 깃털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내려온다
장독의 덮개에, 초목의 우듬지에, 새들의 윗 날개에, 아이의 모자 위에 쌓이며 서서히 백색 드림이 완성되어 간다
마법의 탄성은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에게 먼저 주어진다
새로운 나라가 되었어!
길이 없어졌어!
모든 색깔들이 지워졌어!
마치 백의 천사와 요정들이 사는 나라에 초대된 꼬마가 되었어!
솜이불을 덮고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해 본다
세속에서 이탈한 고독한 주체로 태어나리라
문명에 취해 망각하고 있었던 순수한 본성을 일깨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