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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하정인을 보며 사유하며

조선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한 점을 감상한다
월하정인이라는 화제에 미소를 지으며 달밤의 로맨스를 엿본다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조물주가 인간의 심성에 새겨넣은 아름다운 보석이다
연정은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이성에 대한 끌림이요 호기심이요 몰입이다
신분, 인종, 종교, 재산 등의 현실적 조건을 뛰어넘는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다

생명을 주관하는 창조주는 모든 인류에게 원초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부여하며

창조 사업의 협력자라는 중임을 부여한다
인간을 유한한 생명의 굴레를 씌우고 개체로서의 인간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후손으로 생명이 이동하는 종족으로서의 생명이 승계되는 경이로운 신비의 계획인 것이다
이런 신비로운 구원계획에 동참하는 인간에게 사랑의 환희를 맛보게 한 것이다

여기 사랑의 환희를 맛보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 양반이 초롱을 들고 쓰개치마를 두른 아낙을 만나는 장면을 신윤복은 놀라운 솜씨로 묘사하고 있다
은은한 초생달 달빛과 담장 모퉁이는 이 사랑이 공개적일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이다

인간이 원초적으로 부여받은 연정은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때는 사랑의 본질과 실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적에 따라 제약이 생겨났으니

관습과 제도와 윤리가 모든 연정을 허용하지 않게 된다

이 그림 속의 사랑은 사회가 금한 사랑에 대한 엿봄이요 항거요 도전이다
서로에 대한 끓어오르는 연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욕망의 표출이다
에로스는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아무리 금해도 원초적인 애욕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것이다
마나님과 하인과의 신분의 벽도, 원수 집안의 증오와 갈등도, 원숙한 신앙의 경지마저도, 서로 다른 국적이나 이념의 차이마저도 말리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가 실제로 수없이 맣이 있지만 감추어진다

신윤복 화가는 이런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공공연히 드러낸다
더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했던 예전에 이런 도발적인 그림을 그렸으니

예술가의 안목과 용기에 놀라며 존경심이 절로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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