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이어지는 지루한 장마 -
낮인데도 어두운게
장마비에 온 몸이 흠뻑 젖은 태양이
한기에 턱을 부르르 떨며
옷을 말리려고 큰 바위틈으로 들어간 게 분명하다.
서재 창 밖으로 바라보는 뜰
능소화 그 화려한 군무와 우렁찬 나팔 소리에
떨어져 내린 잎들이
아름다운 자태가 헝클어지고
선명한 색깔이 흙빛으로 물들며
치열했던 숨을 내려두고
이제 안식의 길로 들어선다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어오르던
기세 등등한 꽃들은
스스로 피고 질 때를 안다.
추락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날개를 접고
밤비에 젖은 몸을 조용히 내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꽃들은 더욱 아름답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나도 젖는다.
어느 새 내 안에 마르지 않는 샘이 솟고
실개천을 이루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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