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어젯 밤비에 속절없이 떨어져 내린 능소화 잎

 

며칠 째 이어지는 지루한 장마 -

낮인데도 어두운게

장마비에 온 몸이 흠뻑 젖은 태양이

한기에 턱을 부르르 떨며

옷을 말리려고 큰 바위틈으로 들어간 게 분명하다.

 

 

서재 창 밖으로 바라보는 뜰

능소화 그 화려한 군무와 우렁찬 나팔 소리에

떨어져 내린 잎들이 

아름다운 자태가 헝클어지고

선명한 색깔이 흙빛으로 물들며

치열했던 숨을 내려두고

이제 안식의 길로 들어선다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어오르던

기세 등등한 꽃들은

스스로 피고 질 때를 안다.

 

 

추락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날개를 접고

밤비에 젖은 몸을 조용히 내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꽃들은 더욱 아름답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나도 젖는다.

어느 새 내 안에 마르지 않는 샘이 솟고

실개천을 이루며 ............. 

 

 

.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의 야생화  (0) 2012.07.20
물확을 파며  (0) 2012.07.16
능소화  (0) 2012.07.13
盛夏의 뜰  (0) 2012.07.02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가?  (0)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