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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盛夏의 뜰

 

 장마가 시작된다.

 음습한 지하에서 갈증에 시달리던 잔뿌리들이

 어머니의 젖같은  생명수를 실컷 들이켰으리라.

 

 저 싱싱한 잎과 꽃을 바라보며

 생명의 환희가 넘치는 뜰을 거닐며

 나는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꽃과 사람과 벌레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뜰에서

생명의 숨소리를 들으며

꽃이 탄생과 재생을 지켜보며

나의 노래와 찬미를 쏟아내며

나는 진정한 내적 능동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던가

 

허허

욕심을 내려 놓은 밭의

감자 썩는 내음을 내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주황 드레스를 입은 원추리 아가씨의

발랄한 표정과 율동은 나에게 속삭이듯.......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저 꽃몽오리 하나하나가

피어날 때마다 나는 더욱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아름다워질 것이리라

 

 

백두산에서 자란다는 야생화인데 갑자기 이름이.....

그래^^백두산애기세덤

고산지대에서 박토와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야생화들은 작고 강하다.

 

 

울진 왕피천에서

 세월의 강을 흐르는 돌의 비늘인지....

 파편 몇개를  세워서

그 틈새에 올린 야생화들 -

 

돌의 피부에 드리워진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돌이나 사람이나

주름이 깊어진 곳에서는

세월의 연륜이 담담하게 배어있다

 

 

 

주근깨가 가득한 발랄한 소녀 같은 꽃

하늘말나리

벌 한마리가 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삼매경에 들었다. 천국이다

 

 

참나리와 꽃은 비슷하고

잎은 우산나물과 비슷하다.

하늘말나리꽃에 내가 흠뻑 빠진다.

부드럽고 따뜻한 밀어들을 속삭이듯

 

작년 가을에 위천 도로변에서

코스모스 씨앗 한 줌을 가져와 뿌려놓았더니

지천으로 피어난다.

중고등 시절 용감한 친구는

여학생 하얀 교복 등에다 꽃잎을 물들이던

큐피트의 화살처럼..... 

 

 

산수국이 자잘한 꽃이 피우고 있다.

한눈에 사람을 현혹하는 미색은 이니어도

한 모퉁이에서 애잔하게 피어나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개망초는 평범한 갑남을녀 같은 꽃이다.

남보다 앞서 제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아도

가만 들여다 보면 진실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삿갓대(우산나물)는 독특하게 꽃을 피운다.

시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파마하는 촌부처럼 

 한 묶음씩 머리를 묶어서 한껏 멋을 낸 후

이 여름을 노래할 것인가?

 

 

누구의 작품인가?

이 미세한 세계에 온 마음을 몰입하면

나는 어느 새 천국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남천은 벌써 붉은 머리로 염색을 하고

백미같은 흰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지난 겨울 완주에서 묘목을 기르는

아내의 초등 동기 친구의 선물로 심은

남천과 화살나무 약 50여그루 중의 하나이다.

 

 

비비추-

좁은 돌 틈에서 꿈꾸던 지난날

그 아름다운 결실이 이제서야 이루어진다. 

 

 

패랭이 -

그 가벼운 몸짓은 바람결에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은......

 

 

봉선화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자라는 꽃이다 

벌써 땅에 떨어진 잎과

씨앗을 한움큼 거머쥔 저 주머니 사이가 아득하다. 

 

씨방이 터지는 소리에 깨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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