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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잔디를 깎으며


뜰의 잔디를 깎는다
장마철에 신나게 자라던 잔디가 더부룩하여 어수선하고 정갈하지가 않다
게다가 잔디 사이에 잡초들이 섞여서 자라고 있다

쇠주걱처럼 생긴 쇠날이 정지해 있을 때는 날이 둔탁해 보인다
이걸로 숱한 풀들의 몸통을 단 칼에 벨 수 있으랴 싶지만 기우일 뿐이다
부르릉 엔진 시동이 걸리고 회전 속도가 높아질수록 예리해지는 강철의 날이다 손가락으로 슬쩍 밀고 당기는 레바가 회전 속도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리니 신통하기 짝이 없는 기계다

굉음을 내며 회전하는 쇠날은 강력한 힘을 장착한 로봇의 검이다 속도가 높아지면 예초기는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고 쓰러지는 풀잎들

잔디를 깎고 뒷정리를 하고나면 상쾌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원생활의 백미가 바로 여기에 있는듯 하다
이런 날 밤에는 이 뜰에 늦게까지 불빛 하나가 천천히 오간다
그 불빛과 동행하는 음악은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녹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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