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비어간다
마로니에 가지에 매달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려 바닥에 수북히 쌓인다
마로니에 잎은 낙엽이 되어도 잎맥이 선명하고 곱구나
아직은 색을 잃지 않고 오그라들었구나
차츰 더 마르고 가벼워지며 바람이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부서지겠지
나무에 달린 잎은 이제 몇 잎 남지 않았지만 길어봐야 며칠 내에 낙엽이 될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가.비니 창공이 그 자리를 채우며 푸르러진다
유심히 보니 가지마다 작은 생채기 같은 움이 있다
나무의 요정들이 저 움막에 모여서 활동을 중단하며 다가올 겨울을 버텨낼 준비를 하겠지
지난 여름의 영화를 추억하며 치열해진 숨을 고르며 동면에 들겠지